가을 산마루에서



가을 아침 산마루에서
눈을 감고 누워 있다

조용한 이 아침에
자연의 합창처럼 들려오는
산벌레들의 소리
가슴속에 쌓여온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외치는 소리처럼
조용한 이 산속에서 들려온다

너희들 모두가
이 산의 숲 속에서 만나
나무들과 함께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왔겠지
이 한철의 삶을 살아왔겠지

오랜 세월을
땅속에서 벌레로 살아온
너희들에게
이 땅 위에서
이 산 숲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마음껏 날며 살아온
한계절 짧은 삶의 발자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는 알고 있다

이제 가을이 오고
이 산을 떠나야 할
그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을
이 산에서 살아온 짧은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너희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겠지

조용한 이 아침
관악산 기슭에 앉아
산벌레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너희들이 외치는 소리가
내 가슴이 메도록
촉촉이 젖어 온다

나 또한 언젠가는
이 지구별을 떠날 때가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 나는
너희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너희들의 삶의 이야기를
이렇게 시로 쓰고 있다

먼 훗날
내가 돌아가게 될 어느 별
그 별의 친구들에게
지구별에
너희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
시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