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산벌레들 합창



새벽의 산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있다

가을 잎이 물들어 가는
나무들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가을 나무들의 물든 잎새 사이로
짙푸른 하늘이 바라다보인다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짙푸른 가을 하늘

눈을 감으니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수많은 벌레들의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가을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간다

조용한 새벽의 산 위에서
어디선가 바람처럼 들려오는
가을 벌레들의 합창
눈을 감으니
그들의 합창 소리가
내 가슴을 울리며 다가온다

합창처럼 들려오든 그들의 애타는 소리
어쩌면 그들 가슴속에 쌓아온 이야기를
대지를 향해 외치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가을 벌레들이 목청껏 다해 외치는 소리
가슴속 무엇을 외치는 것일까

가을이 익어가면서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고
짧은 한 계절을 이 세상에 살아온 산벌레들
이 산길에 남기고 떠나야 할 그들의 이야기
이처럼 소리 높여 바람처럼 외치는 것일까

낙엽이 땅 위로 떨어져 내린다
이 계절을 나무들과 함께했던
그들도 이제는 떠나야 하겠지

가을 새벽 산 위에서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작별의 합창을 듣고 있다
가슴으로 외치는 그들의 합창을 듣고 있다

낙엽이 내 얼굴 위에
하나씩 떨어져 내린다
나는 눈을 감고 누워 있다
하늘과 산 나무들, 자연의 품 안에 누워 있다
가을 벌레들의 합창을 들으며


*늦가을 산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