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 만나는 낙엽들의 이야기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오른다
아침 햇살이 나무숲 사이로 내게 비쳐오는
초겨울 새벽 산길
낙엽을 밟는 소리
조용한 새벽 산길에
시처럼 음악처럼 향기롭게 들려온다
숨을 고르며 산길을 오르는 발걸음마다
낙엽들은 저마다 다른 반가운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를 해온다
내가 다정한 마음으로 자기들을 밟으며
그들의 연가를 들으면서
산길을 오르기를 밤새 기다렸다고
산길에서 만난 낙엽들이 내게 속삭이는 소리
나는 가슴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여름 동안 우면산 길을
짙푸른 젊은 색깔로 물들여 주었던 나뭇잎들
이제 열정의 계절이 지나고
낙엽이 되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때를 기다리는 나뭇잎들
그들이 본 이 세상의 아름다운 추억의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주고 있다
나는 산길을 벗어나
산 계곡으로 산등성이로
나를 기다려온 낙엽들을 밟으며 걸었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조용한 산자락에 합창처럼 들려온다
나는 산비탈 낙엽 위에 누웠다
낙엽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워 있다
조용한 합창 소리처럼
낙엽들이 내게 밀어를 속삭인다
짧았던 자기들의 삶의 이야기
아름다운 자기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시로 남겨 달라는
그들의 이야기가 내 가슴에 들려온다.
이제 산비탈 낙엽 위에 앉아
낙엽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순박하고 꾸밈없는 낙엽들의 시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