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의 옛길을 달리며

이번 여행에서 이태리의 피렌체에 오게 된 것은 오랫동안 GE(General Electric Company)에서 함께 일했던 옛 친구 파올로 프레스코(Paolo Fresco)와 그가 살고 있는 피렌체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스코는 내가 피렌체에 가면 자기 집을 나의 미술 작업실로 사용하도록 하라고 했었다. 플로렌스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었던 이곳이 이태리어로 피렌체라는 것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되었으며 유럽의 르네상스 문화가 이곳 피렌체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사실도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첫날 피렌체 공항에 나를 마중 나온 운전기사의 안내로 프레스코가 살고 있는 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가 살고 있는 집이 가정 주택이 아니라 피렌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한 옛 성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태리의 상징인 피아트 회사의 회장직을 은퇴한 후 이곳 피렌체의 옛 성을 매입하여 살고 있었다. 내가 그의 집인 옛 성의 규모와 위치 때문에 놀랐던 것보다 더욱 나를 감탄하게 한 것은 피렌체에 체류했던 며칠 동안 엄청난 르네상스 문화유산을 만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 르네상스 미술의 상징인 레오나르드 다빈치와 미케란젤로의 원작품들과 수많은 당대 유명 예술인들의 회화와 조각, 건축예술들을 현장에서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중세기 종교 미술의 시대를 인간 중심의 문화와 미술 시대로 변화하는 르네상스 문화혁명이 일어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후원한 당시 동서 교역으로 성공한 메디치 가문의 역할은 오늘의 피렌체가 이태리뿐만 아니라 유럽의 문화 중심 도시의 위치를 확고하게 한 것이다. 또한 피렌체 주변의 아름다운 이태리풍의 토스카나 지방을 순례하면서 현장을 스케치할 수가 있었던 것은 가장 추억에 남은 일이었다.

토스카나 지방의 산과 계곡과 언덕 위에 있는 포도 농장과 시골 마을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풍경화 구도였다. 이태리풍의 붉은색 지붕의 농장 마을의 집들, 산언덕 높은 곳에 있는 산마을과 계곡을 따라 있는 포도와 올리브 농장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옛 성당, 그림처럼 아름다운 토스카나 지방의 풍경들이었다. 우리의 농촌 마을 풍경은 논과 밭이 있는 들판과 산 아래에 동네 마을이지만 이곳 이태리의 농촌들은 산비탈에 밭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들판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 높은 곳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들이 있었다.
이번의 피렌체 방문은 오랜 옛 친구를 만나는 기회였지만 이태리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