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 풀벌레들 이별의 합창



가을의 새벽 산길에서
나무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

어디선가 멀리서
가슴속 쌓인 이야기를 외치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른 아침에
저토록 사무치게
무엇을 토해 내려는 것일까

수많은 긴 세월을
땅 속에서
굼벵이로 살아온 그들
땅 위의 하늘을
날 수 있기만을 기다려온 그들
땅속에서 지나온
긴 세월을 외치는 것일까

저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며 살았던
지난여름
이 산 위에서 만난 친구들과
하늘을 날며 함께 살아온
짧은 삶

이제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는 아쉬움을
저토록 외치는 것일까

아침 산길에서
조용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생명의 소리가 들려온다
풀벌레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이 산 위에서 만난 친구들과
작별의 안타까움을 외치는 것일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 산길에서
산벌레들의 합창 소리가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산울림처럼 가슴에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