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산 위에서


가을의 관악산 위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다

저 멀리 산 아래
사람 사는 도시에서
바람 소리처럼
도시의 소음이 들려온다
소박한 사람들의 삶의 내음새가
바람 소리처럼 들려온다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이 산마루
나를 둘러싼 나무들
산벌레들의 외치는 소리가
합창처럼 들려온다

이 세상에서
이 산 위에서
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을 마시는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일까

이제 가을이 깊어 가면
이 세상, 이 산을 떠나야 하는
저 산벌레들이
작별의 슬픔을 노래하는 것일까

산벌레들의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 산 이 자연의 품 안에 하나가 되어
그들의 외로운 이별의 합창을 듣고 있다
산까치 소리가
저 먼 계곡에서 들려오고 있다

눈을 감고
자연의 품 안에 누워
가을 산벌레들 이별의 합창 소리를
마음으로 듣고 있다


*2007.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