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산길에서 함께한 친구들

물안개 낀 우면산
오랜만에 돌아온 산길에는
낯익은 나무 친구들이
언제나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정든 모습으로
반가운 몸짓으로 이야기하며

산비탈 언덕에 올라
풀 위에 누워
두 눈을 감는다

나뭇잎을 스쳐가는
바람 소리
숲속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풀벌레들의 합창

산비탈 가까이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들의 합창
제각기 다른 목소리로
그들만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숲속 산벌레들의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세상에 왔다가
짧은 삶을 마치고 떠나야 할
그들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산비탈 숲 속에
눈을 감고 누워 있다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다정한 아침 산바람 향기
나뭇잎 스쳐가는 산들바람 소리

자연의 품속에서
내 친구 나무들과
산벌레들과
산새들과 하나가 되어
자연의 품 안에 누워 있다

산 나무 위에서
매미 한 마리가
목청을 다해 외치고 있다
오랜 세월 수많은 해를
땅속에서 애벌레로 기다려 왔던 그가

어느 날
이 산속 푸른 숲에서 매미로 태어나
넓은 세상에 날개를 펼치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에
그토록 감격해서일까

이 계절이 지나면
우면산 친구들과 함께했던
짧은 삶을 마치고
떠나야 하는
슬픈 이별의 아쉬움을 외치는 것일까

아침의 숲 속에서
우면산 친구들과
생명의 신비를 함께하고 있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의 우면산 위에서